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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사 전문 –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FRE/312163/view
소통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맞는 말을 논리정연하게 한다고 소통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소통을 가장 못하는 사람은 맞는 말을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이다. 말은 맞는데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리니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다. 많이 배운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소통의 함정’이다. ‘내 말이 맞지요’ ‘내 말이 틀렸습니까?’ 이렇게 다그쳐봐야 상대방의 거부감만 커진다. 맞는 말인데 기분 나쁘게 말해서 역효과를 내는 것의 예를 들자면 아내의 바가지, 부모님의 잔소리, 선배의 훈계 등이 있다. 모두 맞는 말인데 좀처럼 먹히지 않는 이유가 ‘기분 나쁘게’ 말하기 때문이다.
충고가 안 먹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충고란 ‘타인의 잘못이나 허물을 진심으로 타이름’이라고 사전에 나온다. 그런데 실상은 ‘타인의 잘못이나 허물을 진심으로 기분 나쁘게 타이름’이 대부분이다. 이러면 오히려 욕을 먹기 쉽다.
충언이란 무엇인가? 작심하고 왕의 잘못이나 허물을 지적하거나 반대의견을 내는 것이다. 왕도 인간인지라 부드럽게 말하면 좋을 텐데 역적으로 몰리는 한이 있더라도 꼭 집어 단호하게 말해야 진짜 충신이라고 믿고 쓴소리를 한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보면 왕에게 충언하다가 죽임을 당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신하가 왕의 잘못을 사사건건 기분 나쁘게 지적하면 왕도 분노를 참기 어렵다. 나라를 위하고 자신을 위해서 하는 지적인 줄은 알지만, 기분이 나빠져서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다. 아내의 바가지도 부모님의 잔소리도 다 맞는 말이고 나 잘되라고 하는 말인 줄은 알지만, 기분 나쁘게 말하기 때문에 반발심이 생긴다.
소통을 잘하려면 맞는 말을 기분 좋게 해야 한다. 요즘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소통과 공감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육하원칙에 맞게 말하고 사실을 말하고 진실을 말한다고 해서 소통이 잘되고 공감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좋은 충고는 귀에 거슬린다’란 표현을 잘 생각해보면 옛날부터 소통의 기술에서 ‘기분’이 문제였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니 약을 먹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옛날에는 어지간한 약은 모두 가루약이었는데 입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쓴맛이 혀를 오그라들게 했다. 그때는 약은 쓴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당의정(糖衣錠)이 나타난 것이다. 가루약을 동그랗게 만들어서 껍질에 사탕옷을 입힌 게 바로 당의정이다. 당의정은 먹기 편할 뿐만 아니라 단맛이 나니 아이들도 잘 먹는다. 약 먹는 게 수월해졌다고 해서 약효가 달라진 것도 아니다.
요즘 강의를 하러 가면 소통 잘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직장인들이 많다. 간부급들이 소통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부하직원들에게 조금만 강하게 말하면 갑질한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한숨을 쉰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가루약처럼 말하지 말고 당의정처럼 말하라고 알려준다. 맞는 말을 기분 좋게 하는 게 소통을 잘하는 최선책이다.
아무리 좋은 약도 입에 쓰면 뱉어버리는 세상이다. 몸에 좋은 약이라고 쓰디쓴 가루약을 강요할 게 아니라 살짝 사탕옷을 입혀서 먹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소통은 당의정처럼 하는 게 좋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