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 사외칼럼 [독립문에서] 방탄소년단과 나훈아 열풍 2020-01-09T11:38:0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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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기사 전문 –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FRE/309791/view

방탄소년단(BTS)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특히 대중음악의 본고장인 미국·영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어 세계 언론으로부터 놀라운 기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영국 웸블리구장에서 열릴 예정인 콘서트의 입장권은 9만석이 90분 만에 동나고 말았다.

웸블리구장은 영국 축구 명문 토트넘의 홈구장이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더 유명해진 퀸(Queen)이 공연했던 바로 그 장소다. 워낙 대형 구장이라 관중이 찰 수 있을까 우려한 사람도 있었지만, 티켓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서버가 마비되는 등 난리 끝에 한시간반 만에 모든 객석이 팔려나갔다. 전설적인 가수 마이클 잭슨도 누리지 못한 폭발적 인기다.

이제 영국에서는 “대한민국 하면 무엇이 떠오르느냐”는 질문에 첫째가 방탄소년단이고, 둘째가 삼성(SAMSUNG)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방탄소년단의 인기 비결은 세계 젊은이들이 갈구하는 심리적 욕구를 잘 반영한 가사와 리듬이라는 평도 있지만, 동양문화와 서양문화를 융합해 새로운 매력을 창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한국인이 지닌 흥과 신바람 유전자가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나라 안에서는 가수 나훈아 열풍이 불고 있다. 오는 5월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청춘어게인 나훈아 콘서트’ 입장권은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주문이 밀려 서버가 마비되는 난리 끝에 8분 만에 모든 자리가 매진됐다. 무려 4만5000석이다. 나훈아는 올해 72세인데 표를 구한 사람들의 80% 이상이 20·30대 젊은이라고 한다.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에게 표를 사드려서 효도하겠다는 젊은이들 때문이라고 하지만, 주최 측은 젊은이들이 ‘한국의 프레디 머큐리’라고 불리는 나훈아에게 열광하고 있다는 풀이도 내놓고 있다.

석학 이어령 교수님은 한국인의 민족적 특성을 신바람과 흥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분위기를 조금만 띄워주면 숨어 있던 신바람이 솟아나서 엄청난 에너지가 되고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음주가무에 능한 민족이라는 평도 있다. 예로부터 농사지을 때 막걸리를 마시며 일을 했고 농악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어냈다. 반면에 윽박지르거나 기를 죽이면 순식간에 에너지가 사라져버리는 특성을 지녔다.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다. 신바람문화를 만들어놓아야 생산성이 오른다. 외국 경영학자들은 우리나라 고유의 ‘신바람 경영’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을 할 때는 기업인들이 정말 신나게 일을 했다. 사업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신나는 일이었지만,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기업가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이 강했다. 정부도 정치권도 기업인들의 사기를 북돋아줬다.

요즘은 많은 기업인이 의욕상실증에 걸려 있다. 사업을 접고 싶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이 꼭 경제환경이 어려워서 나온 반응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 방탄소년단 열풍, 나훈아 열풍을 보면서 한국인의 신바람 유전자(DNA)를 새삼 떠올리고 있다. 경제를 살리려면 여러가지 경제정책에만 몰두하지 말고 우선 기업인들의 기부터 살려야 한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